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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구본주 작가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자본가가 취득하는 노동이 사회적 평균수준의 단순한 노동인가 아니면 더 복잡한 노동인가는 가치증식과정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회적 평균노동보다 고도의, 복잡한 노동은 단순한 미숙련 노동력보다 많은 양성비가 소요되며 그것의 생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이 드는 노동력의 지출이다. 이러한 노동력은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고급 노동으로 나타나며, 따라서 동일한 시간 안에 상대적으로 더 큰 가치로 대상화된다. 그러나 방적노동과 보석세공노동 사이의 숙련 차이가 어떻든, 보석세공 노동자가 자기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를 보상할 뿐인 노동부분은 그가 잉여가치를 창조하는 추가적 노동부분과 질적으로는 조금도 구별되지 않는다. 방적에서와 마찬가지로 보석세공에서도, 잉여가치는 오직 노동의 양적 초과에 의해서만, 하나의 동일한 노동과정(한 경우에는 면사를 만들고 다른 경우에는 보석을 만든다)의 시간적 연장에 의해서만 생긴다..."
늦은 밤, 더 늦은 저녁을 먹으며 TV를 보다 정말 신기한 뉴스를 보았다. 삼성화재가 작고한 한 예술가에 대한 보험금 적용에 무직자의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대충 보험회사 쪽의 인터뷰를 보자니, 예술가는 일정한 수입이 증명되지 않기 때문에 '도시일용노임'을 적용하여야 하며, 이에 따라 정년을 60세로 보고 이런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에 따르면 문제가 된 것은 예술가를 "무직자"로 볼 것인가라는 직종의 문제와 정년이 샐러리맨들에게 적용되는 65세가 아닌 60세로 된 부분이란다.
무직자라는 기준의 근거는 일정한 수입이 없다는 것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 말은 예술가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잉여가치를 생산하는데 기여한게 뭐 있냐는 표현이다. 백번 양보해서 예술가가 "노동"을 한다고 인정해도, 조각상의 형상을 머릿 속에 떠올리고 그것을 새길 때까지 투여되는 고민과 창작의 시간들이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고 해도, 이러한 "숙련노동"은 삼성화재가 보기엔 잉여가치의 기준인 단순한 팔뚝질의 횟수와 거기에 걸리는 시간으로 환산해야 보험금이 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좀 더 과격하게 삼성화재의 본심을 밝혀주면, "네가 배운만큼, 토해내야"하는데 토해내야 할 기준은 단순한 "노동시간"이라는 것이다.
(이게 오버라고 생각하시면... 보험회사의 약관에서 정년을 "가동연한"이라고 표현한다는 사실을 난 처음 알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년이란 우리가 살면서 가치를 끊임없이 생산해 낼 수 있는 가동 시간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런 은유을 쓰는 보험회사와 노동부가 노동자를 어떻게 보는지는 뻔하지 않은가?)
위에 끄적인 맑스의 말은 단순 노동과 숙련 노동의 가치에 대해 논란이 많은 부분이지만, 마지막 구절은 명확하다. "잉여가치는 오직 노동의 양적 초과에 의해서만, 시간적 연장에 의해서만 생긴다"는 것 말이다. 일찌기 "리움"을 만드시고 한국사회의 문화예술 진흥에 막대한 기여를 해오신 삼성그룹께서는 결코 자신들의 본분을 잊지 않으신다. "예술도 노동이며, 우리가 아는 기준은 노동력의 지출시간이다."는 것이다.
분명히 예술은 노동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의 가치를 증식하는 노동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들의 노동과 우리의 노동은 이렇게 건널수 없는 간격을 두고 있다.
ps: 삼성화재를 비롯한 보험회사의 설립목적은 지들 광고대로 "당신이 아프면 안되니까..."가 결코 아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저축의 부과. 여기서 얻는 현금 유동성... 진짜 설립목적을 떠올리려면 꼭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터져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