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11 Starting Over Blog
  2. 2008.01.13 오래된 회망, 헛된 꿈 2
2010. 7. 11. 22:02


1.
며칠 전 밀렸던 청소와 빨래를 하다 몇 년 전에 처박아 두었던 페이퍼와 파일뭉치들을 찾았습니다.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한 것들인지라 버리려 노끈으로 묶고 있었는데 앞 두 세 페이지가 거의 떨어져나가기 직전인 노란색 노트패드 하나가 눈에 띄었지요. 아마도 몇 년 전인지 몰라도 한참 골치 아픈 원전들을 읽어 갈 때, “이해가 안되면 몸으로 하리라!”는 말도 안되는 미련함으로 적어 내려가던 글들이었습니다. 멍하니 보고 있자니, 새롭게 시작하고 만나게 된 일과 사람들 속에서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던 습관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그 노트패드에 글을 쓸 수는 없지만, 몇 년 전까지 쓰던 또 다른 노트패드에는 다시 글을 쓸 수 있겠더군요. 이 블로그 말입니다.

2.
누구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후배가 (무슨 생각으로 이곳을 여전히 들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올 때마다 마지막 포스팅의 “5강 참고자료”만 있다고 불평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거의 3년 만에 다시 시작하려 하니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더군요. 대충 스킨과 몇 가지만 바꾸었지만 몇 번 포스팅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신기한 것들을 많이 해 보리라 기대해 봅니다. 물론 포스팅의 주기는 저의 성실성과 건전한(?) 생활의 정도에 달려있겠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WYWH

  해가 또 바뀌었습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 말이 기억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세상 뿐 아니라 당신에게도 그토록 무감해졌다는 끔찍한 뜻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때 당신과 나를 묶어 주었던 수 많은 끈 중에 '좋은 세상'이라는 끈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어릴 적 치기에서 나온 막연한 감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어떤 '세상'이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의 핑계가 돼주길 바랬으니까요. 그렇게 어린 희망은 쉽게 부서지기 마련입니다. 당신도 알았지만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성장을 세상에 대해 얼마나 비관적이고 패배적인지로 확인하려는 못된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적 희망은 그렇게 '파국'과 '비극'만을 찾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더욱 빨리 사라지는 법이지요. 당신이 내게 느낀 '막막함'이나 당신에게 내가 보인 '무감함'은 이렇게 생겨났을지 모릅니다.

  그런 희망이 사라진 빈자리는 다른 것으로 채워져야 했습니다. 이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희망을 포기하게 한 그 비관과 패배를 조금만 덜어 내면 되니까요. 정말 자신이 세상을 비관할만큼 '잘났다면', 그런 양보는 절대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희망은 정말로 부질없는 것이 되지만, 가능하고 눈에 보이는 미래는 충분히 바랄 수 있는 꿈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꿈은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당신도 이제는 알고 있겠지요. 꿈은 처음 생각처럼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고, 예전 희망이 어리숙했던 것만큼이나 꿈이 버거워지니까요. 아니 어쩌면 꿈이란 말도 쓰지 않을지 모르겠군요.

  한동안 꿈을 꾸었습니다. 충분히 난 그럴 자격이 있다는 오만함으로 말입니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비관이나 그 이후의 헛된 꿈은 둘 다 나 자신을 열어놓지 못한 탓일지도 모릅니다. 자기를 감싼 껍질만이 온 세상인줄 아는 달팽이처럼 말입니다. 헛된 꿈이 지나간 후, 한 때 우리를 위태롭게 묶어주었던 '희망'이 다시 보입니다. 물론 이제는 그 때처럼 어리숙하고 막연한 희망은 아니지요. 그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고, 그렇기에 지금을 더욱 힘있게 살게해 줄 새로운 희망입니다. 얼마 전 블로흐(E. Bloch)가 쓴 <희망의 원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는 제가 말한 희망을 "유토피아"라고 부르더군요. 그러면서 인류에게 지금까지 살게 해준 그 유토피아라는 '기차'는 자신만의 시간표를 갖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당신은 아직 그 옛날의 '오래된 희망'을 기억하고 있는지요. 언젠가 그 희망이 새롭게 바뀌리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수많은 '나'를, 나는 수많은 '당신'을 만날 수 있겠지요. 새해인사로 쓴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행여 우리가 그렇게 만난다면 오래 전 했던 말을 바꾸려 합니다.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은 갈수록 놀랄만한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놀랍고 새로운 한 해가 되길 빕니다.

Posted by WY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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