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2. 00:16

  오늘 저녁 6시에 밤 10시가 넘도록 대학원 3, 4층 강의실은 교육대학원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학과 면접으로 바쁘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면접자들의 대화를 지나가며 듣자니, 이곳에 오기 위해 학원수강까지 불사했단다.

  새 정부가 내건 영어 공교육 강화의 파급력은 3차원에 걸치나 보다. 처음엔 영어 공교육 강화가 ‘영어 학원’과 같은 사교육 시장만 키울 줄 알았다. 뉴스에서 말하는 “실력있는 영어교사 부족”이 다시 ‘영어교사 학원’의 부흥을 낳을 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사교육 시장에 10년 넘게 있으면서도 난 아직도 이렇게 순진하다.) 그렇다면 이 '영어교사 학원' 역시 강사를 필요로 할 텐데... 어떤 분들이 되실지는 눈에 훤하다. 늦은 시간까지 면접을 기다리는 응시생들에게 그들이 얻을 직업이 “계약직”일 것이라는 사실, 자신들이 배울 몇 년의 커리큘럼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10%도 도움이 안되리라는 사실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2008년 한국 공교육의 문제는 평준화도 아니고, 교육수준의 저하도 아니다. 공교육을 ‘받기’위해서나, 공교육을 ‘하기’위해서나 모두 사교육 시장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바로 공교육의 문제이다.
이쯤되면 공교육에서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사교육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공교육이 존재하는 셈이다. 결국 공교육 ‘개혁’이란 사교육 시장에 어떤 상품을 주문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돼버렸다. 이렇게 공교육/사교육의 분리를 전제로 하는 교육개혁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

ps: 예전에 쓴 글을 보니,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 아니라 “이명박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이런 지경은 이미 준비되고 있었고, 이명박은 단지 액셀만 더 힘껏 밟았을 뿐이다.

Posted by WYWH